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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박꽃 같은 어머님.

박꽃 같은 어머님!

붉은 노을은 구름의 를 누르고 자기의 색깔을 내면서 너무 아름답다.

나 어릴 때 이즈음이면 친구들과 구슬치기, 땅따먹기, 자치기, 딱지치기, 숨바꼭질, 술래잡기. 정신없이 놀 시간이다.

저녁 먹자고 엄마의 손 아니면 누나 손에 끌려가야 그 놀이는 끝나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아름다운 저녁노을이었던 것 같다.

오늘처럼 아름다운 노을을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

尊敬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옳고, 바른 言行, 그리고 꾸밈이 없는 자연스러운 말과 행동에서 오는 것이다.

우리 어머니는 전혀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자기 이름도 쓰지 못하는 문맹의 시대에 사시다 가신

내가 존경하는 어머님이시다.

나의 幼年 시절 농촌에는 꽃들이 많았다. 가꾸고 씨 뿌리지 않아도 피고 지는 꽃들.

이웃집 장독대, 담장 주변 어디라도 볼 수 있었던

맨드라미, 채송화, 봉선화, 달리아, 민들레, 구절초. 이름도 모르는 꽃들이 많았지!

국민학교에 다닐 때는.

우리 집은 볏짚 이엉으로 이은 초가집이었다. 그 지붕 위엔 지금쯤 하얀 박꽃이 많이도 피고

박이 주렁주렁 달리곤 했다.

나는 그 박꽃을 참 좋아했지! 요즘도 그렇게 박꽃이 피고 박을 볼 수가 있는지?

 

몇 해 전 영주 무섬마을에 갔을 때 우리 마을 비슷한 모습을 보았는데.

내 가슴속에는

가득한 농촌 마을 자연의 피가 흐르는 순수 村夫의 아들이다.

건강한 박들이 주렁주렁 가득했던 초가지붕 위 하얀 박꽃은 그림을 그려 놓아도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농촌의 정겹고 순박한 모습일 것 같다.

박이 익으면 박나물도 해주시고 단단하게 말려 바가지도 만들곤 했던 기억들은

너무 좋은 추억들이다.

 

머리엔 항상 흰 수건을 쓰시고 농사일이며 家事 일을 하셨던 어머님, 그은 피부와 거친 손으로 도시에서 공부를 하고 주일에 집에 가면 맞아 주시던 나의 어머님은 박꽃같이 순박하고 고운 여성이었다.

항상

영원할 것 같고 변함없을 것 같았던 엄마와 아들의 因緣生者必滅이란 자연의 順理를 거역할 수는 없었고 예고 없는 이별을 해야만 했다.

 

이별을 준비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말이 실감하는 나이가 되었다.

나의 어릴 적 田園이 그리워지고 그 박꽃은 거친 도시의 삶 속에서 잊고 살아왔지만 시간이 많은 요즈음 다시 한번 그 꽃이 보고 싶다.

고향을 떠나 온 지 약 55년이 된 것 같다. 오랜 시간이고 나의 전원과 박꽃, 함께 놀던 친구들은 모두 어떻게 지낼까를 생각하니 정말 보고 싶다.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 주위에는 작은 야산이 있었는데 그 산에는 큰 바위 하나가 있었다. 보리 바위라고 불렀던 그 바위에서 우리는 많이도 놀곤 했는데  아직도 그대로 잘 있겠지?

아카시아 꽃이 많이도 피었던 앞산 언덕이며, 저녁이면 연못을 5바퀴 정도 늘 친구들과

내기 헤엄을 치곤 했던 못 둑이며 친구 집 사과밭은 아직도 그대로 있을까?

나의 유년은 자연과 푸름이 있는 전원에서 소를 먹이고 꼴을 베고 보리 이삭을 줍고 고구마, 감자, 땅콩, 옥수수, 참외며 수박, 토마토, 오이를 따 먹고살던  아름다운 農村이다.

맑은 하늘을 보며 未來를 꿈꾸던 그곳 흙냄새, 지금쯤이면 건초를 태워 모기 불을 피우곤 했던 풋풋한 풀내음 모두가 정겹다.

꿈 많던 세월은 많이도 흘러갔고 어린 옛날이 그리워지는 初老의 할아버지로 변해 있구나!

나를 사랑하고, 지나온 날들을 사랑하고, 주변 많은 知人을 사랑하면서 살자.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나, 아쉬움은 누구에게나 있고 누구에게나 과거는 있는 것이다.

작은 호수에 파도가 없는 잔잔한 마음을 갖고 살도록 노력하자.

맑은 하늘을 보고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천진스러운 아이들처럼 살리라.

나는 가끔 서울대학교 음대 성학과 교수이셨던 박인수 님과 고인이 되신 대중가수 이동원 님이

합창하신 정지용 시인의 鄕愁를 자주 듣는다.

내가 자란 농촌 田園과 정겨움을 보는 것 같아 너무 좋은 것 같다.

신비로운 언어로 사실적 농촌 풍경을 노래한 정지용 님의 詩的 靈魂을 나는 읽은 적이 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ㅡ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 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ㅡ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숲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ㅡ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ㅡ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 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ㅡ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나는 흰 수건을 쓴 엄마의 두 손을 잡고 언덕에 앉자 오늘 같은 저녁노을을 보고 싶다.

2022,07.20. 松坡 成慶 頓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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