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연인
연인은 아무런 말 없이 소리 없이 나에게 다가와 나를 놀라게 하려나?
왠지?
연인의 향기라 싶더니 어느덧 제법 자리를 잡아버렸네.
올해도
어김없이 왔다가 말없이 가버리는 그녀가 왜 그리 자연스럽고 좋은지? 모르겠다.
이제 성가시도록 설치고 다닐 그녀의 향기와 자취가 나를 방안에 가만두지 못하고 자꾸만
손잡아 끌 때가 나는 너무 좋더라.
산과 들로 바다와 강으로 온갖 산천으로 그녀의 따스한 손을 잡고 미친 듯 달리고 싶어라.
언젠가
아무런 미련 없이 살금살금 가버릴 그대와의 이별을 생각하면 마음껏 같이 지냄도 얼마나
좋을 일일까?
통도사 홍매화의 지금 이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좋아 보인다.
만개하지 않고 무언가 여유와 건강함과 미래를 함축한 이 모습은 18세 청춘의 소녀 같다고나
할까?
모두를 아낌없이 다 표현해 버리고야 말 순간은 누구도 막을 수가 없는 게 인간이 나이를 먹는 것과 똑같은 이치일까?
인간이나, 식물이나, 동물이나 , 엄숙한 자연의 법칙 앞에 고개 숙이고 싶다.
항복하고 따르며 사랑한다고….
오늘도 카메라를 든 많은 사람이 아침 일찍 봄의 여인 앞에 찰깍찰깍 들이댄다.
아무런 싫증 없이 생긋생긋 웃음으로 받아 주는 너는 정녕 만인의 연인으로 태어났구나!
내일은 여인의 모습이 어떨까?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도 하다. 매일매일 보여주는 변화를 담아야 할 텐데 나의 나태가 아름다움을 지켜볼 수가 있을는지?
사랑도 부지런해야 하는 일인데….
여인을 잃어버리지나 않을지?
사랑하는 연인이여 !
오래도록 아름답게 지내시다 가시기를 바랍니다.
敷華就實
꽃이 좋게 아름답게 피면 좋은 열매를 얻는다. 이런 뜻인가? 항상 조용하고 숙연하고 맑은 공기 깨끗한 환경 평지에 잘 자리 잡은 이곳 통도사보다 더 좋은 환경이 또 있을까?
그러니
좋은 꽃으로 피어주고 싱싱하고 아름답고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당연한 이치겠지?
아름다운 모습도 너무 오래가면 또 싫증과 권태를 느낄 텐데 사랑하는 여인은 감각도 있게 적당하게 소리 없이 사라져 버리니 정말 멋쟁이라 아니 할 수가 없구나!
지난겨울 나태한 주인을 만나 제대로 월동 준비도 못 해주었건만 그래도 잘 견뎌준 거실의 겨울 난도
새로운 싹과 고개를 내미는 걸 보니 정말 봄이 가까이 왔는가?
지난겨울
나는 많은 변화를 겪어야만 했다.
거역할 수 없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또다시 타인들과 자연을 사랑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이치를 나는 잘 알고 있다.
통도사는 많은 암자가 흩어져 있다. 가는 길이 참 아름답고 솔밭길이 너무 아름답다.
겨울에 우거진 솔밭길 사이사이에 가지치기를 많이 한 것 같다.
한 번씩은 이렇게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해야만 좋은 모습의 송림을 이루는 가 본다.
나도 내 맘속에 가득한 여러 인연과 찌꺼기 들을 조금씩 비우고 다시 다른 좋은 일들이 자리 잡고 살 수 있도록 마음 정리를 많이 해야만 할 것 같다.
내가 좋아하고 자주 가는 통도사는 극락암 암자 가는 길에 매실 밭이 있다.
매실 꽃도 필 것이고 작년처럼 올해도 풍성하게 매실도 많이 열릴 것이다.
지난봄에는 아내와 이곳에서 쑥을 많이 캐었는데….
또 사월이면 초파일 행사에 통도는 바쁘고 아름답게 변할 것이고 참 기대가 많이 되고 행복하다. 언제쯤 나를 조금이나 알는지? 영 모르고 죽을지? 정말 궁금하다.
봄이
나를 조금이라도 알게 해 줬으면 좋겠다.
욕심과 탐욕을 버리고 남을 사랑하면서 자연과 함께 초연하게 살다 가라고….
꽃은 인간의 마음을 들뜨게도 하고 또 새로움을 넣어 주기도 하고 시작과 도전 할 용기를 주기도 한다.
언젠가는 떠나고 바뀌고 헤어져야 할 것을 생각한다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미래를 앞당겨 너무 위축된 생활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오늘 행복하고 최선을 다해 산다는 게 중요한 일 아닐까?
이제 조금 날씨가 따뜻해지면 배를 타고 바다도 보고 가까이가 아닌 먼 나라에도 가서 새로운 다른 문화에도 젖어 보고 싶구나.
2018.03.01.
묵향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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