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입구 무풍한송로
스승의 날 雅號를 받는다.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제도권 정규 학교를 졸업한 지가? 너무 오랜 세월이 흘렀고 어느덧 2/3 정도는 인생을 살아온 것 같다.
지금쯤 뒤돌아보면 후회스럽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만
남은 시각에 아쉬움을 느끼고
古典 책도 보고 사진도 찍고 여행도 하고 책도 많이 읽고 요즘은 묵전 남중석 선생님께 한문 서예 공부도 한다. 이제 5개월이 지나고 있는 시점에 1달 전 선생님께서 四柱를 물어 시면서 雅號를 지어 주신다고 하신다.
나는 아호가 뭔지도 잘 모르고 살아왔고 옛 고고한 士大夫 선비들이나 사용하는 특별한 격식으로만 알고 지냈다.
이름 외 부르는 것.
또 다르게 나를 부르는 호칭 하나쯤은 더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나에게도 號가 필요한지? 별로 필요성과 중요성을 모르고 살아왔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존경하는 선생님께 아호를 정식으로 받는다고 생각하니 기대도 되고 설렌다.
학교를 졸업한 후 선생님으로 모신 분은 묵전 선생님이 처음이다.
통도사가 너무 좋아 홍매화를 찍으러 다니다가 더 늦기 전에 글을 써 보기로 마음의 각오를 다지고 싸리 눈이 휘날리는 2월 초에 시작하여 이제 겨우 획이 가는 정도를 아는 수준이지만 나는 좋은 결정을 했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 참 행복하다.
호를 作名하는 게 대충 바둑이 이름 짓듯 간단히 짖는 게 아니고 사주와 주역이 동원되고 거의 한 달이 걸리신 것 같다.
松坡
라고 지으셨다며 배경 설명을 하신다,
靑松敖雪 格이라 하신다.
눈 덮인 푸른 솔숲 언덕에서 오롯이 서서 살아가는 격이라며 좋은 격이라 하신다.
나도 호를 받는 순간 싫지가 않고 의미도 좋고 느낌도 좋다.
의미에 맞게 남은 시각을 잘 살아가야 하겠다는 각오를 해 본다.
다시 한번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언제 술 한 잔을 사드려야지!
나는 선생님으로부터 내가 그리고 싶었던 매화 부채도 선물을 받은 적이 있다.
한국미술대전의 초대 작가이시며 심사위원이신 묵전선생님의 문하생이 되어 정확한 기초를 익히고 선생님의 인품과 인생을 배우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는 행운이 어디 거리 쉬운 일인가?
스승을 한문으로 師父라고 부른다.
스승을 존경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학교 다닐 때 많이 들어왔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아서 안 된다.
君師父一體
임금님, 스승,아버지는 같은 格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 서예 공부를 하는 우리는
누구나 존경의 대상이며 들어 본 적이 있는 추사 김정희 선생님을 생각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
여기에 師弟之間의 관계가 잘 나타나 있다.
그 유명한 歲寒圖에는
제주도에 귀양 온 자신의 처지에서 스승을 잊지 않고 중국에 오가며 귀중한 책들을 구해준? 蕅船 이상적에게 그려 준 세한도 한 폭의 그림과 글
나는 그 문인화와 글이 좋은 건지? 아직 잘 모른다.
그러나 그 그림 속에 추사 선생님은 제자 이상적에게 長毋相忘이란 글을 써주고 서로 오래도록 잊지 말자고 써넣었다.
이 얼마나 소박한 사제 간의 관계일까? 또 歲寒然後知松栢之後彫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사실) 세한도가 너무 유명하여 마치 추사 선생님의 말씀같이 생각되지만, 사실은 공자 논어 편에 나오는 이야기가
인용된 구절이며 여기에서도 추사 선생님의 사제 간의 심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국전에 특선이 되고 명성이 가득한 사회 유명인사가 되는 것도 묵전의 문하생으로서 좋은 일이지만 이상적 같은 소박한 사제 간도 좋지 않을까요?
먼 곳에서 살아도 가끔 선생님의 안부를 물어주고 가끔 연락하여 소박한 밥 한 끼를 나눌 수 있고 크게 성공하지 않아도 安分 知足을 알며 자신을 지켜가는 삶을 살아간다면 이 또한 좋은 관계라는 생각을 해 본다.
무엇보다 글과 그림을 잘 배워서 잘 해야 하는 게 중요하겠지!
요즘처럼
컴퓨터, 휴대폰, 여러 전자기기가 가득한 오늘에 붓으로 무엇을 쓰고 호를 부르고 하는 게 점점 퇴물처럼 고루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가치가 있고 멋있고 행복한 일이다.
스승의 날 좋은 의미의 호를 선생님께 받게 되어 너무 기쁨이 가득한 하루였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2018.05.16. 松坡 成慶
극락암 입구 송림길
'나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영혼이 되자. (0) | 2018.06.22 |
---|---|
들꽃 길을 가련다. (0) | 2018.06.08 |
소박한 知足 (0) | 2018.05.05 |
묵전 선생님을 만나다. (0) | 2018.03.24 |
만인의 연인 미스 홍 (0) | 2018.03.20 |